오마이뉴스: 문제투성이 ‘베델의 집’의 유쾌한 이야기

문제투성이 ‘베델의 집’의 유쾌한 이야기

[서평] 사이토 미치오의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를 읽고

06.02.10 14:01l최종 업데이트 06.02.10 18:10l 김연옥(redalert)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남쪽 끝자락에 있는 우라카와. 그곳에 가면 흔히 정신장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베델의 집’이란 공동체가 있다. 1956년에 세워져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 있었던 낡은 교회당에서 시작한 베델의 집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들에게 감동적이고 유쾌한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 창업 성공기를 들려준다.

지난 8일 병원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나는 마음이 하도 갑갑해서 시내 서점에 들렀다. 광주 무등산 산행에서 다친 오른손 새끼손가락으로 병원에 다닌 지 한 달이 되어 가는데도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고 부기도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있는 둥 없는 둥 가볍게 여겼던 새끼손가락이 그 위력을 보이는 요즘, 나는 모든 일에 시들해 있었다.

▲ 사이토 미치오의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삼인

그날 답답하고 무거운 일상에 빠져 있던 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바로 사이토 미치오의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이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서로의 약함을 인정한다

정신분열병 때문에 이혼하고 아이도 떠나보내야 했던 핫토리 요코. 그 아이가 찾아올 날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마음의 창’이라 부르는 베델의 집은 과연 어떤 곳일까?

베델의 집에는 정신병(통합실조증)을 비롯하여 알코올 중독, 인격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은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어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 관계를 닫아 온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곳은 늘 문제투성이다. 따뜻한 웃음 속에서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겠지만 병의 발작과 혼란, 다툼이나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쨌든 문제투성이 사람들이 문제투성이 나날을 보내고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베델의 집’ 사람들은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라든가, 또는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할까,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살려 나갈까, 그리고 또 거기에서 어떤 충돌과 만남을 전개해 나갈까 하는 것을 여기서 묻고 있다. (38쪽)

우라카와 적십자병원 의료 상담실에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베델의 집과 함께한 사회복지사 무카이야치 이쿠요시. 그의 표현을 빌리면 베델의 집은 ‘관리가 미치지 않는 곳’이다.

그는 관리 규칙이 있다면 한 사람 한사람의 자유롭고 활달한 의견이나 발상이 파묻혀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의견이 다른 그들이 서로 부딪치고 만나고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이 ‘베델의 집’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 방식이다.

그곳에서 목표로 삼지 않는 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 복귀나 사회 참가이다. 사회 복귀나 자립은 언제나 정상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지금 이대로의 당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 셈이다.

사실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닌 정신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약한 자신을 드러내 놓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베델의 집은 그저 약한 사람들이 그 약함을 유대로 연결된 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도 결코 배제하지도, 또 배제당하지도 않는 관계성이 그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정신분열병이란 진단을 받은 후로 30년 동안 16번이나 정신과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한 하야사카 기요시. 그가 베델의 집에 살게 되었을 때 목사 부인인 미야지마 미치코의 도움으로 다시마 부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기본적인 순서를 지킬 수도 없었고 계산도 못했다. 게다가 작업에 집중하지도 않는 데다 작업장에 와도 앉아 있는 시간은 고작 3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부족한 시간을 보충할 동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을 해치우는 것이 어려워 또 보충할 동료를 늘리자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세 사람이 되었고 하청 받은 일도 점점 늘어갔다고 한다.

그가 3분밖에 일할 수 없는 자신의 약함을 비난받지 않고 그 약함으로 세 사람 분의 일을 낳은 공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곳이 바로 베델의 집이다.

어느 날 오랜 세월 정신병을 앓아 온 이시이 겐의 전화 한 통화로 만5년 동안 계속된 다시마 부업이 중단되는 사건이 생겼다. 그러나 그 사건을 오히려 그들은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1988년 12월 베델의 집은 소규모 공동 작업장 ‘우라카와 베델’을 설립하여 다시마를 사서 가공하는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1989년 6월에 흑자를 기록하여 작업장 구성원들에게 첫 급료가 지불되고, 4년 후인 1993년 6월 그들은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의제도 자료도 없이 자유롭고 느긋하게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언제까지고 논점도 결론도 보이지 않는다. 서로 의논해 뭔가를 정한다기보다 서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 또는 그저 얼굴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의 그런 모임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깜작 놀라게 하는 표정이 있고 말이 있으며 시간이 멈출 때가 있다.(160쪽)

베델의 집에서는 ‘세 끼 밥보다 회의’라고 할 만큼 다양한 회의가 열린다. 그들 회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지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납득하기 위한 과정이고 납득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베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병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혹해 한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당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 세인의 이목이나 기성의 개념에 매이지 않고 그들을 대해 왔던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에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정신병 환자, 알코올 중독자, 붕괴된 가정의 아이들을 물리치는 법이 없이 그들을 근사한 만남으로 받아들인 미야지마 목사 부부의 ‘고민하는 교회’ 이야기는 내게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아무래도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바쁘게 줄달음쳐 온 내 지난 날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사이토 미치오의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는 2006년 1월 5일에 초판1쇄를 발행했습니다. 저자 사이토 미치오는 일본 TBS 텔레비전 기자로 1997년부터 정신장애 문제를 취재하다 베델의 집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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